2014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순환계통 질환의 성별 사망률 추이를 보면, 순환계통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이 10만명 당 113.9 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고혈압으로 사망한 사람은 10만 명 당 10명이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4년 7월부터 2015년 6월까지 1년간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 중 해당 기간에 병·의원을 찾아 진료를 받은 고혈압 환자 수는 721만 명으로 보고됐다.
우리 국민에게서 가장 흔한 질병 중 하나인 고혈압은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침묵의 살인자’ 라고 불린다. 혈압이 140/90 mmHg 이상일 경우 고혈압으로 진단되며, 전체 고혈압 환자의 90~95% 정도는 고혈압을 가지고 있지만 특별히 원인질환이 발견되지 않는 본태성 고혈압 환자이다.
운동을 포함한 신체활동(이후 운동이라 표기)은 고혈압 환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운동은 고혈압의 발병 자체를 예방하고, 나아가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떨어뜨리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2013년 13만68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발표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운동은 고혈압의 발병 위험을 19%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가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12주간 진행했던 운동 프로그램의 결과만 보더라도 평균 126/80 mmHg이었던 환자들의 혈압이 운동 시작 12주 후에 113/72mmHg로 낮아졌으며,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8주간의 체중감량 프로그램 진행 후에도 혈압이 133/84 mmHg에서 129/77mmHg 로 낮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만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1주일간 운동프로그램을 진행한 후에 115/77 mmHg이었던 혈압이 107/66mmHg 로 감소한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운동은 왜 혈압을 낮추는 것일까?
운동이 혈압을 낮추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혈압의 위험 요인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 잘못된 식습관(많은 양의 소금섭취), 흡연, 음주, 스트레스, 비만 등은 혈압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이 중 특히 과다한 양의 소금 섭취는 체내 수분의 양을 높여 혈압을 올리게 되는데, 운동을 하며 땀을 흘리게 되면 체내에서 소금을 배출하게 된다.
우리가 검은색 옷을 입고 땀이 흠뻑 젖을 정도로 운동을 한 후에 옷이 마르게 되면 옷이 하얀색으로 얼룩지는 지게 되는 것을 보게 되는데, 그 하얀 얼룩이 바로 소금이다. 따라서 땀을 흘리며 하는 운동은 체내 소금을 땀을 통해 체외로 배출되게 만들어 혈압을 낮추게 되는 것이다.
잘못된 식습관과 함께 고혈압의 원인으로 가장 잘 알려진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비만이다. 비만이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여 당뇨와 심혈관 질환을 유발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인간의 다양한 질병에 있어서 공통적인 원인이 되는 인슐린저항성은 고혈압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슐린저항성이 높은 사람은 인슐린에 대한 민감도가 낮기 때문에 혈당의 감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그로 인해 혈중의 인슐린은 더욱 높아지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높은 혈중 인슐린은 교감신경계 작용을 촉진시키며, 동맥 평활근세포에 칼슘 축적을 유발한다.
이에 따라 신호전달물질에 의한 혈관의 반응성이 높아지고, 동맥경화의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고혈압 위험성이 증가하게 된다. 운동은 비만도를 낮출 뿐 아니라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어 준다. 따라서 운동으로 인한 체중 감소는 신장에서 일어나는 혈압의 항상성 작용을 정상적으로 회복시키며, 혈압을 높이는 아디포사이토카인의 분비 역시 감소시킨다.
그렇다면 혈압을 낮추기 위해서는 어떤 운동을 얼마나 자주 해야 할까? 흔히 운동의 종류는 크게 수영, 걷기, 그리고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과 무거운 덤벨을 드는 것 같은 근력 운동으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근력운동을 더 세분화시켜서 덤벨을 드는 것 같은 다이나믹 근력운동과 근육이 수축은 하지만 근육의 길이는 변하지 않는 근력운동인 등척성 근력운동으로 나누어서 이야기 한다.
그런데, 유산소 운동, 다이나믹 근력운동 그리고 등척성 운동 모두 혈압을 낮추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2013년도 고혈압 환자 뿐만 아닌 일반인들까지 피험자에 포함한 93개의 연구결과(총 5223명)를 합쳐서 분석한 연구 결과, 유산소운동은 수축기 혈압을 3.5mmHg, 다이나믹 근력운동은 수축기 혈압을 1.8mmHg, 그리고 등척성 근력운동은 10.9mmHg 를 낮추었다고 보고되었다. 더 나아가 2016년 등척성 근력운동을 실시한 연구 11개의 결과를 종합해서 분석한 결과 역시 등척성 근력운동이 수축기 혈압을 평균 5.20mmHg 낮추었다고 보고되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런 등척성운동이 다른 운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하기 쉬운 운동이라는 것이다. 운동 방법을 보면, 하루에 두 주먹을 불끈 쥐고 2분간 버티는 운동을 총 4회 실시했고(8분), 이 운동을 일주일에 세 번 반복한 것이다. 따라서 일주일에 단 24분의 운동으로 혈압을 5.20 mmHg 혹은 연구에 따라서 12.7 mmHg를 낮출 수 있다면 이 운동을 왜 하지 않겠는가? 필자는 처음 이 연구의 결과들을 보았을 때에 믿을 수 없어, 다양한 논문을 찾아보았지만 이러한 결과가 충분한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본다.
고혈압 환자가 참여했으면 하는 운동은 다음과 같다. 첫째, 걷기와 달리기 혹은 등산과 같은 유산소 운동을 매일 하는 것이다. 혹자는 운동을 매일 하면 무리가 될 것을 염려할 수도 있겠지만, 스트레칭과 걷기와 같은 운동은 매일 해도 우리 몸에 전혀 무리가 가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매일 2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에 참여하는 것을(비만한 경우 40분 이상) 생활습관처럼 우리 몸에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둘째, 자신의 체중을 이용한 가벼운 근력운동을 생활화하는 것이다.
팔굽혀펴기, 앉았다 일어서기(스쿼트) 등 가볍게 자신의 체중을 이용해서 실시하는 근력운동은 한 번에 10분씩, 일주일에 세 번 이상 하는 것이 좋다. 이 운동을 배우고 싶다면 유튜브에서 ‘연세운동의학’을 입력하면 필자가 올려놓은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셋째로, 일주일에 세 번 두 주먹을 불끈 쥐는 등척성 근력 운동을 한번에 2분씩 총 네 번을 하는 것이다.
만약에 무릎 관절염이 있는 분들을 두 발을 쭉 뻗고 허벅지에 힘을 주는 운동과 병행할 수 있다. 이 운동의 경우 주의해야 할 점은 호흡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설명한 세 가지 운동을 다 한다고 해도 하루 30-40분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으며, 이 운동을 일주일에 세 번만 한다고 해도 자신의 몸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혹자는, ‘이런 정도의 운동을 한다고 혈압이 떨어지겠나?’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필자는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다. “일단 한 번 해보라”라고. 고혈압 환자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역시 운동을 통해 자신의 몸이 달라지는 것을 직접 체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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